+유자+의 설탕/CJ Entus

20090221_한상봉 로스트사가 MSL 8강 진출 실패

+유자+ 2009. 2. 21. 22:24
내가 경기하는 것처럼 긴장이 되었다.
이 아이에 대한 애정이 이렇게나 컸었나, 스스로가 놀랄 정도로.
온몸이 덜덜 떨리고 손바닥에 땀이 나는 상태로 경기를 보고나니 온 몸에 힘이 없었다.
아이들이 경기하고 나오면 이런 느낌이려나 싶고.

상봉이는 뭐가 그렇게 긴장이 됐을까.
판단해야만 하는 순간에 망설이고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처음부터 너무 표정이 굳어 있어서 걱정이 됐는데,
2경기 끝나고 바짝 긴장한 것 같은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코치님이 애 마음을 잘 풀어주시길 바랐는데, 역부족이었나보다.

그렇게 긴장 안 해도 됐는데, 송병구 요즘 페이스 겁먹을 정도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긴장하고 망설이고 결단하기를 어려워했는지.
좀 더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졌으면 하고, 팬으로서 믿음을 심어주고 싶다.
프로리그에 잘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 상봉이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절박하고 급박한 감정이 아니라
괜찮다, 여유롭게 하면 된다, 져도 상관 없다, 라는 그런 마인드다.
그걸 깨우치기를 바라면서 여유를 가지라는 기운을 보냈는데, 전해지지 않았나보다.

상봉이에겐 화도 나지 않는다.
그냥 너무나 속상하고 안쓰러울 뿐. 그리고 긴장의 여파로 좀 떨릴 뿐.







상봉이가 오늘 경기 때문에 너무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긴장했고, 준비한대로 잘 못 했고, 결과는 역전패로 나와버렸으니 실망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게 유일한 기회였는데 놓쳐버렸다는 생각 하지 말고 빨리 추스르길 바란다.
연습 꾸준히 하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키워서 겁먹지 않을 수 있다면 또 기회는 찾아올 것이다.
아, 이 어린 선수에게 이 무슨 나이든 사람도 하기 힘든 마인트 컨트롤을 바라느냐마는,
그래도 또 무거운 기대를 지울 수 밖에 없는 팬으로서 빨리 이렇게 활짝 웃는 얼굴을 보여줬으면 한다.
물론 이겨서 환하게 웃으면 더더욱 마음아픈 일은 다 잊고 너무나 뿌듯할 것이다.

상봉아, 힘내렴.



p.s. 어제까지는 기억하고 있었는데, 경기의 충격으로 잠시 잊고 있었다.ㅠㅠ
우리 상봉이 오늘이 생일인데 이렇게 져서 얼마나 속이 상할까.ㅠㅠ
blue birthday가 되게 한 것이 너무 당연하게 8강을 바라던 내 설레발 탓인 것 같아서 미안하기까지 하다.
주변에서 잘 챙겨주고 축하해줘서 스스로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되새기게 해 줬으면...
상봉아, 생일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