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의 설탕/CJ Entus

20090328_CJ ENTUS 프로리그 08-09 위너스리그 우승!

+유자+ 2009. 3. 29. 01:45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너무나 벅차고 뿌듯하면서 감동적이기도 하고, 사랑스러워서 꽉 껴안아주고싶기도 하고,
눈물이 핑 돌 듯 하면서도 너무 즐거워서 소리내어 웃지 않을 수 없는 이런 감정이
극도의 긴장과 온 몸이 떨리는 시간과 얼마간의 체념과 일말의 희망 이후에 밀물처럼 밀려오는 이 느낌을.

너무나 감사하고 뿌듯하고 사랑스럽다는 긍정적인 감정이 마구 샘솟아 나온다. ㅠ_ㅠ

나는 어떻게 이렇게 운이 좋아서 처음 이 세계를 접했을 때 이 팀으로부터 감동을 받았으며
"나는 이 팀이 어떤 성적을 거두든 이 팀을 응원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을 수 있었던 것일까.
여느 사회가 그렇듯이 이 세계에도 이상하고 못되먹은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이렇듯 모든 선수를 안고 가면서 애기선수들도 잘 크는 멋진 팀을 골랐다.





병세 사진은 daily e sports가 제일 이쁘게 나왔길래 이걸로 가져왔다.
맨날 형들한테 까불고 때리고 장난치는 장면들이 목격되는 통에 어리다는 느낌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 보니 나이대로 너무 어려 보이고, 형들에게 귀염받는 애기같고, 사진도 애같이 나와서
새삼 얘가 이렇게 애긴데 이런 큰 무대에서 팀을 구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병세는 정말 보통 배짱이 아닌 아이였다.
첫 경기 5드론을 당하고서도 처음에만 좀 당황하고 SCV랑 마린 컨이 제대로인 모습을 보고
아, 우리팀이 정말 올킬을 면할 수 있게 되는건가! 하는 것에만 감격하고 있었는데,
모든 경기에서 아직 애기선수가 하기는 정말 힘든 공격적인 판단들을 내려주었다.
빠릿빠릿한 판단 뿐인가! 드랍십에서 마인역대박 내려고 탱크 내렸다 태웠다 하는 침착함까지!+_+

SCV 둘러싸서 5드론 막고 아카데미 짓자마자 스팀팩 누른 건 리플레이로 보자마자 감동!
상대가 노게잇더블한 걸 보자마자 팩 짓고 SCV 출동하는 배짱이란!+_+
매번 내 선수가 당하는 것만 보다가 궁극의 벌처 컨트롤을 내 선수가 '하는' 것을 보는 짜릿함!
마지막 경기에서는 대 테란전 대역전극의 감동까지!








병세가 이기고 내려올 때마다 반갑게 맞아주던 다른 아이들도 너무 예뻤다.
특히 가장 환호하며 맞아주고 테란 선배로서 많은 도움을 주었을, 저기 깃발 열심히 흔들고 있는 형태,
어느덧 최고참이 되어 자신의 패배도 잊고 후배를 다독이며 웃는 얼굴로 맞아줄 줄 알게 된,
저기 열심히 '꽃으로 병세를 때리고 있는' 재윤이. 그러다 감독님에게 꽃을 뺏겼단 후문이 있지만.

워낙 잘 표현하지 못하는 팀이라 MBCgame 같은 "우와아~" 하는 분위기는 없었지만,
서로를 생각하고 모두 같이 이룬 우승을 함께 기뻐하는 작은 제스쳐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감동이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멋지고 강단있는 선택을 하신 감독님.
3대3까지 갔을 때도 전혀 웃지 않고 저 카리스마틱한 표정으로 노려보시더니 결국 우승을 일궈내셨다.
믿고 내보내기만 한다고 '명장' 칭호를 얻는 것이 아니라, 내보냈을 때 선수가 이겨야 하기에
명장은 감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만드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규남 감독님같은 명장이 신뢰를 통해 많은 선수들을 크게 키우고,
중요한 순간에 믿음에 보답하는 선수들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우리팀, 이번 결승에서 져도 내가 좋아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을 것을 확신했지만,
그래도 '세 번째의 준우승 타이틀'을 '또' 화승 상대로 받게 된다는 것이 좀 걱정됐었다.
형태 말대로 이번에 우승하면 지금의 좋은 분위기가 유지되고 기세타겠지만,
준우승 하면 좋은 분위기까지 망가지고 선수들이 타격받고 의기소침해질까봐 그게 걱정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기우로 만들어 준 우리팀 아이들이 너무나 고맙다.
이렇게 어여쁜 아이들을 모두 껴안고 가려고 최대한 노력해서 결국 성공을 거둔 감독님도 감사하다.
이제 4,5라운드에서 기세타고 쭉쭉 나아가는 일만 남았구나~!+_+







마지막으로 언제나 만들어왔겠지만 펼쳐보지 못했을 현수막을 드디어 자랑스럽게 팬들 앞에서 꺼내보인,
포모스 메인을 커다랗게 장식한 사진으로 떨리는 마음을 옮기는 글을 접어야겠다.

윗편의 배너가 눈에 띈다.
"Winner's League 0809 포스트시즌! 최후의 승자는?"
답은; 우리 CJ ENTUS!



p.s. 이번 결승전은 정말 가고 싶었고, 가야 할 것만 같았고, 가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그래서 직접 가서 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건만, 당일 새벽부터 몸이 아파서 갈 수가 없었다.
아파서 데굴데굴 구르면서도 우리팀 아이들이 나를 후회하게 만들어주길 간절히 바랐다.
그 바람대로 "안 가길 잘했어!"가 아니라 "아! 가서 봤어야 되는건데"라고 후회하게 만들어 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너무나 아쉽고 후회되는 마음을 이렇게 기쁘게 웃는 얼굴로 말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