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의 설탕/CJ Entus

20090502_대 스파키즈전 희망적인 패

+유자+ 2009. 5. 7. 06:02





엔투스의 경기와 선수들을 보면서 내 감정이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 하고,
그것이 내 삶에 너무나 긍정적인 효과를 많이 가져다주기에 기록해야겠다고 마음먹었었다.
그리고 가끔씩은 빼먹었지만, 인상을 남긴 모든 경기에 말하자면 '모든' 경기에 대해 메모라도 남기려고 했는데.
할 일이 갑자기 쌓인 2주 동안 우리팀 스케줄이 더 이상 빡빡할 수가 없다. -_-;; 이런 우연이라니!
게다가 내가 경기 스케줄을 따라가면서 글 하나 쓰기도 이렇게 힘든데 이 아이들은 얼마나 정신이 없을지.
에구, 가엾은 아가들. @-@

거기에 더해 이건 뭐, 우리팀 아이들 얼굴이라도 보려면 직접 경기장으로 찾아가서 사진을 찍으라는 건지,
어떤 매체도 우리팀 경기엔 관심없긴 했지만, 이전의 상황보다 한술 더 떠서 아예 취재를 안 간다.
뭐 사심에 의거해서 촬영을 가는 것도 알고 있었고, 내 입장에선 이해할 수 없게도 T모팀이 인기가 많아
언제나 스포트라이트에 비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 정도가 되니 참 억울하다.
그래서 오늘은 사진도 없고 ㅠ-ㅠ 늦었지만, 특별한 느낌을 준 마지막 장면이 있는 경기에 대한 메모.


...


언제나 불안해하지도 않고 우리팀이 이길 것을 예상하는 편이어서 이날도 이길 줄 알았지만,
하루도 안 쉬고 매일 여러 선수가 한꺼번에 경기 일정이 잡혀 있는 주간에다가 이사까지 겹친 터라 걱정은 됐다.
게다가 아이들이 요즘 언제나 신나 있더니, 이날은 얼굴이 어둡지는 않아도 히히호호 하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결국 지긴 했지만, 늘 팀이 지면 일정 시간 동안 우울해 있었던 것에 비해 이날은 하나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경기를 보고 나서 너무나 마음이 홀가분하고, 다음 경기는 분명히 이길 것이라는 강한 느낌이 들었다.
말하자면, 여느 때와 같은 패배가 아니라 '희망적인 패'를 한 날처럼 느껴졌달까.

그것은 우선 영패를 당하지 않고, 더구나 0:2로 몰려 있는 상황에서
괜찮은 경기력으로 이기고 이겨서 2:2까지 점수차를 좁힌 사랑스런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형태의 초반 SCV 컨트롤이 최상급이 아니어서 매우 불안해하면서 아, 얘가 아직 회복이 안 되었구나 했는데, 
종국에는 맵을 완전히 이해한 테란전 기록보유자의 경기력으로 시워~언하게 이겨주었다.
상봉이는 두말할 것도 없이 9드론의 달인 답게 소수 저글링과 뮤탈 컨트롤로 가볍게 이겨주었고.
특히 무모하게 꼬라박지 않고 끝까지 침착하게 판단과 컨트롤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상대가 뜻대로 넘어오지 않았고 돌아오는 저글링 디펜스에 실패했다는 정우 경기는 못 보았지만,
누구라도 당할 전략에 심지어 운이 90%나 따라줘야 한다는데 속수무책으로 당한 영화는 속상했고, ㅠ-ㅠ
여전히 잘 크고 있는데 이유없이 거품 소리를 듣고 있는 병세가 에결서 당황한 모습을 봤을 때는 참담했다.
딱, 이때까지만 속상하고 암담했다. _^_

바로 다음 장면을 보고, 6연승 끝에 2연패를 한 직후 우리팀의 분위기를 보고, 그냥 마음이 풀려버렸다.
에결에서 진 애기선수를 도닥이고 격려해주면서 파이팅을 외치는 팀 분위기가
"우리는 다음 경기부터 다시 이길 수 있습니다"라는 에너지를 온 몸으로 발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을 헤집으면서 심하게 괴로워하는 병세를 꺼내주고 어깨며 엉덩이를 토닥여주는 감독님.




내려오자마자 시무룩한 병세를 껴안아주고 안마해주면서 격려하는 영민이.




모두 모여 밝은 얼굴로 병세를 보면서 이야기해주는 팀원들.




여전히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는 병세를 꼭 안으면서 위로해주는 상봉이.


그냥 이런 장면을 보는 순간, 에결에서 지고 내려온 선수를 이렇게 잘 보듬어주는 팀이라면 연패할 리가 없다,
한동안 너무 빡빡한 스케줄에 이사하고 종종 패하면서 몸도 마음도 힘들었을 뿐이다, 하는 확신이 들었다.
아니, 사실 그 순간에는 이런저런 생각도 들지 않고 긍정적인 느낌과 확신만이 있었다.

하지만 <시크릿>에서도 좋은 감정이 '옳은 일'을 판단하는 가장 좋은 기준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더구나 이제 파파곰과 흰둥이까지 팀에 돌아와서 시너지를 낼 것을 생각하면 곧 그 느낌이 현실이 될 것 같다.

경기 후에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 않고 희망적인 느낌이 드는 패배는 또 처음이었다. _^_
앞으로 이겨줄 우리팀 아이들을 또 믿고 많이 기대해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일 뿐.

CJ ENTUS 파이팅!



090502_신한은행 프로리그 08-09 4라운드 4주차 1경기
CJ 2 vs 3 하이트
1세트 배틀로얄 김정우 패(저, 5시) vs 박명수 승(저, 11시)
2세트 네오메두사 진영화 패(프, 7시) vs 이경민 승(프, 11시)
3세트 단장의능선 변형태 승(테, 9시) vs 신상문 패(테, 3시)
4세트 아웃사이더 한상봉 승(저, 9시) vs 김상욱 패(저, 1시)
5세트 신의정원 조병세 패(테, 11시) vs 박명수 승(저, 1시)





p.s. 아마도 예상이 빗나갔을 에결 엔트리에 암담한 분위기에서도 '하품'을 통해 
모든 팀원들에게 한 사람도 빠짐없이 함박웃음을 선사한 우리 현준이 파이팅! _^_
까까머리도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