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의 설탕/CJ Entus

20090802_프로리그 플레이오프: 그래도 더 사랑해!

+유자+ 2009. 8. 3. 03:20





모두가 바라던, 특히 내 선수들이 간절히 바라던 최선의 시나리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머지 대안 중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차선의 결말을 맺었다.

지금은 너무나 마음아플 정도로 아쉬울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 선수들이 너무 상심하거나 오랫동안 우울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분명 우리팀은 얻은 것이 있고, 선수들은 성장했고, 팬들은 행복했으니까.

벌써부터 다음 시즌을 기대하며 설레고 있는 팬 커뮤니티들의 설레발을 보면서 에너지를 얻었으면.
아쉽게 우승을 놓치면서도 팬들을 다시 한 번 반하게 만든 사람들이라는 걸 스스로 알았으면.
그리고 힘 내서 앞으로 있을 경기들에서 좋은 결과 얻고, 행복한 휴식을 취했으면 한다.

지난 1년의 말도 안 되게 긴 시즌 동안 우리팀 덕분에 매일이 재미있었고, 감동적이었고, 스릴 넘쳤다.
단조롭고 침체된 내 삶에 에너지원이 되어 주고, 오랜만에 다시금 '고맙다'는 감정을 갖게 해 주어서 고맙다.

이런 팀이어서 정말 사랑해!
그대로 더 사랑해!





아쉬워도 기대로 가득찬 한 팬으로서 행복한 순간이었기에 남기지 않을 수 없는 리뷰.





첫째 날

프리뷰쇼에서의 분위기도 밝은 편이었고 엔트리도 도저히 질 수가 없을 것 같았기에 예상치 못했던 패배.
너무나 충격적이었고, 몇몇 매치에서는 화가 치밀어오르기도 했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우선 매 경기 거의 무조건 이겨주었던 우리 병세는 역시 뛰어난 경기력으로 실력차를 증명하며 승리.
언제나 기회만 생기면 시원스럽게 뚫고 들어가서 마구 피해를 입혀버리는 병세의 경기는 너무나 재미있다.
병세의 테테전은 원래가 본좌급에 준했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마인드까지 완전히 다져진 것 같다.
이날 경기에서는 병세의 데스티네이션 이해도를 다시 한 번 구경할 수 있었고,
레이스관광을 하려고 하다가도 급해서 참지 못하고 쳐들어가버리는 귀여운 성격이 압권이었다. _^_
이제 어디 내놔도 절대 부족하지 않은 카드로 성장해버린 우리 병세.

그리고 지긴 했지만 우리 윤철이의 경기력에는 발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데뷔전에 김택용이랑 붙으면서도 숫자도 하나 모자란 드라군 가지고 "깝치는" 걸 보면서
이 아이가 보통 배짱이 아니구나 했었지만 오늘 경기로 크게 될 수 있으리란 확신이 생겼다.
이렇게 어리고 몇 경기 치르지도 않은 아이가 자기가 지면 팀이 지는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날빌까지 당했는데도 그렇게 올바른 판단, 최선의 대처를 침착하게 할 수 있을지 몰랐다.
떨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컨트롤, 끝까지 저항해보는 자세도 너무나 좋았다.
이런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서 우리 영화랑 같이 우리팀의 토스카드로 성장해 준다면
우리팀 토스라인은 풍성해지고 팀의 미래는 밝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팀에 갓 데뷔하면서 곧바로 개념과 어이를 모두 상실한 행동을 하는 인간말종이 없다는 사실에 감사,
내가 응원하는 팀은 그런 선수와 그런 행동을 용인하지 않는 팀이라는 사실에 감사한 날.







둘째 날

프리뷰쇼에서 대기실 풍경을 보여주는데, 어제보다 더 얼굴들이 밝고 아이들이 모두 신나 있었다.
정우의 자신감 가득찬 표정, 병세의 장난치는 손길, 수현이의 언제나와 같은 웃는 표정, 상봉이의 이유모를 숨기,
단 한 선수도 너무 긴장하거나 침체되어 있지 않던 그 분위기에 마음이 설레었다.

하지만 역시 일주일에 열다섯세트씩이나 치뤄야 했던 우리팀이
아무리 기적의 역전승에 능하고, 유일하게 첫째날 지고도 승리를 이끌어낸 팀이라고 해도
근 한 달을 쉰 팀을 쉽게 꺾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한 선수 한 선수 이길 때마다 환하게 맞아주는 표정이 어여뻤고,
서로 격려해주고 치어링해주는 분위기가 더없이 이상적이어서 가능성이 보이고 마음 따듯했던 날.
경기력도, 선수들의 마인드도 함께 훌쩍 성장한 것이 보여서 즐거운 기대를 한 날.
패배에 대해 어떤 선수도 탓할 수 없던 08-09시즌 마지막 날 경기.





병세는 두말할 것도 없었다.
약간의 방심으로 잠시 흔들리긴 했지만, 그래도 테테전 실력과 곧마로 다잡은 마음이 빛을 발했던 경기.
병세는 이제 저그전만 좀더 보완하면 개인리그도 우승할만한 재목으로 성장했음이 틀림없다.
특히 우리팀 선수가 뭐라도 당했다 하면 곧바로 되갚아주려는 오기가 어찌나 이쁘고 귀여운지!

영화는 아스트랄하기만 한 선수에서 "아스트랄하게 이겨주는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이제 에결에서도 이겨주고, 에결로 이끄는 경기도 이겨주고, 분위기를 끌어오는 경기도 이겨준다.
쉬는 동안 많이 연습해서 유닛관리하는 능력만 조금 끌어올려준다면 큰 경기는 이미 익혔으니까!

형태는 어제의 패배를 되갚기라도 하듯 벌쳐 돌리기로 쉽게 이겨주었고.





오늘의 압권은 역시 우리 수현이의, 마음을 뒤흔드는 대 이제동전이었다.
아무리 3:0으로 우리팀이 이기고 있는 상황이라도 우리가 4:0으로 마무리지을 거라고 예측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이제동에다 권수현을 붙인 것만으로도 성공한 상황이다"라고 말했었는데,
그 모두를 경악하게, 혹은 미안하게 만드는 경기를 보여주어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수현이는 언제나 나에게 너무나 사랑스러우면서도 안쓰러운 마음 한조각이었고,
그러면서도 감독님의 말씀대로 언제나 웃으면서 연습 열심히 하는 선수로서 팀 분위기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이렇게 나와서 실력으로도 이제동을 이길 수 있는 선수라는 걸 증명해 주어서 너무나 좋았다.
역시, 예전 곰클에서 수현이 저그전을 봤을 때 우리팀 저그 특유의 저글링 컨트롤이 살아있는 걸 봐서
분명 저글링 싸움으로 끌고간다면 이제동 상대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맞았다.
같은 빌드로 뮤탈리스크 싸움까지 끌고갈 것처럼 상대를 속이고 저글링을 쓴 전략도 좋았고.
사랑스런 수현이의 승리가 팀의 패배에 묻혀서 그게 좀 안타까울 뿐이다.

그리고 또 팀의 결승진출 좌절 때문에 마음이 아픈 와중에도 보면 훈훈해지는 사진들.
수현이가 이기는 순간 진심으로 좋아서 벌떡 일어나 기뻐해주는 다른 선수들,
하이파이브를 하는 데 정말 더 이상 순수하게 좋아하고 축하해주는 얼굴일 수가 없다.
이런 팀이어서 얼마나 이쁘고 좋은지.



우리 정우는 정말 잘 싸웠다.
빌드를 정할 때 이렇게 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입스타하는 팬의 결과론일 뿐.
정우의 엄청난 연습량과 중요한 경기를 모두 이겨준 활약이 없었다면 어기까지 올 수도 없었다.
정우가 보기 안쓰러울 정도의 많은 경기를, 개인리그도 거의 포기해가면서 연습했다는 코치님의 말을 듣고
안그래도 대견하고 고맙던 아이가 더 예쁘고 더 사랑스럽고 더 고마웠다.

아직 어린 선수가, 팀의 모든 것을 짊어지기에는 데뷔 시기도 너무 가까웠는데 고생이 많았다.
이번에 많은 것을 경험하고 진정한 에이스로 성장한 만큼, 다음 시즌에는 분명 누구를 만나도 이길 수 있다.
정우가 저렇게 고개숙이는 모습은 오늘만, 그리고 실망과 방황은 아주 잠시만 했으면 좋겠다.
다음 번 경기에서는 꼭 자신감으로 가득찬 우리 정우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이겨주길!









이 세상에서는 언제나 바람직하고 공평한 결과만 생산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일이 비일비재해도 옳고 그른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올바른 가치를 추구하는 괜찮은 사람들이 더 멋지다는 사실도 변하지 않는다.

우리팀이 추구하는 가치가 옳고, 우리팀 선수들이 더 멋진 사람인 한
나는 그 결과에 상관없이 우리팀의 서포터supporter 얼마나 좋은 말인가!가 되어 옳고 멋진 것을 추구해야지.

오늘의 경기를 통해 나는 왠지 우리팀을 더 사랑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CJ ENTUS,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다음 시즌에도, CJ ENTUS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