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도저히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없다.
CJ에서 평생가도 찾아보기가 그렇게 힘들다는 이적이라니, 거기다 실질적 원투펀치 중 한 명인 상봉이라니.
어떻게 한상봉이, 심지어 "웅진"으로 이적할 수가 있나? 이런 일이 정말 가능한 것인가?
시간을 돌릴 수도 없는 일이고, 계약을 무를 수도 없는 일개 팬이라는 사실이 한스럽다.
처음부터 정체성이 CJ빠였던 사람으로서 가장 아낀 아가 선수들 중 상봉이를 가장 예뻐라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정말 혼란스럽고 맥빠지고 허탈하고 화가 난다.
화가 난다.
CJ는 정말 이렇게 원투펀치 중 하나를 팔아야 할 만큼 돈이 없는 팀인가?
아직은 에이스카드가 없는 토스라인을 보강하거나, 병세를 받쳐줄 테란카드를 사오는 이적이 아니라,
방금 전에 준우승을 한, 자체랭킹전 1, 2위를 다투는, 오랜 인고 끝에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는
이런 한상봉을 다른 팀에 내주는 이적을 할 만큼 대우를 안 해주고 돈을 우선시하는 팀인가?
얼마 전에 CJ가 2군을 축소하고 인원을 줄여 16명으로 선수단을 정비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걸 보고 "정예화"했다고 생각한 팬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헛소리지.
무조건 상비군을 많이 보유하고 미래의 주전들을 키우는 게 앞을 내다보는 경영이니까.
당장 최근만 봐도 2군에서 꾸준히 이탈하는 선수들이 수두룩하게 있지 않은가.
2군을 키운다고 그게 다 병세, 정우, 영화처럼 되는 게 아닌데 2군을 축소했다는 건
결국 2군 줄 밥값이 아까워서, 팀을 축소하고자 하는 프론트의 의지가 있어서, 그게 답일 것이다.
그런데 그게 어떻게 한상봉같은 주전력을 "팔아치우는" 결과로 가장 먼저 나타난단 말인가.
CJ가 얼마전부터 지속적으로 축소 의지를 보이고 어정쩡한 시간에 이상한 장소로 이사하고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것을 보고 차라리 팀을 몽땅 팔아치우라고 했더니,
단물이 나오긴 나오니까 다 팔아치우지는 못하겠고 돈 주는 팀에 "선수를" 팔아치우겠다는 얘기?
그리고 CJ는 이제 "웅진 팜Palm"인가?
아니, 돈 없는 엠겜이나 온겜 방송국 팀이 딴 팀 팜이 되어 SKT나 KT에 선수 공급하는 거야 이해가 가지만,
마구마구 프로야구니 뭐니 해서 아 열받아 온갖 데다 돈 잘 쓰는 CJ인터넷과 그 모기업은
뭐가 부족해서 웅진 팜 이미지를 얼씨구나 좋다 하고 받아들이느냐 말이다.
CJ가 돈만 되면 뭐든 하는 기업이라지만, 아무리 e스포츠판 단물이 탐나도 그건 기업이미지 차원에서도 아니다.
1군급의 이적생 영입은 거의 없었던 CJ가 갑자기 넘쳐나는 저그라인에 김준영을 영입해서
개인전에 열 번씩 출전시켜서 단 1승을 하는 동안 그 1승도 한동안 우리팀이었던 김민구 상대였고
이적협상을 할 무렵 육이는 은퇴하고, 슬럼프여서 안그래도 힘든 우리 재윤이가 팀플뛰고,
팀플 개념이 없어서 가르쳐야만 했다던 상봉이도 팀플뛰고,
심지어 아가선수였던 정우도 팀플뛰어서 0809 신인상 후보에서 제외됐는데,
돈 주고 우리팀 애들 정보 주고 잘 먹여서 도로 웅진에다 돌려주는 만행을 저지른 것에서 멈추어야 했다.
그런데 한술 더 떠서 이제 그런 김준영 이적사태 때문에 쑥쑥 클 시기에 팀플 뛰고 있던 상봉이가,
"버티면 성공할 수 있는 팀"이란 걸 믿고 열심히 노력해서 이제 겨우 준우승하고 주전이 되었는데,
슬럼프를 다 딛고 치고 올라와서 팀에 기여하고 있는 애를 웅진에다 팔았다고?
누군가의 말처럼, 웅진의 이런 게 있는지나 모르겠지만 테란 에이스나 토스 에이스랑 상봉이를 바꾸어도,
아니, 웅진 선수단을 통째로 상봉이랑 바꾸어도 우리팀이 손해다.
호구; 어수룩해서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CJ를 호구라고 하지 않으면 다른 뭘 보고 호구라고 할수 있겠는가.
CJ는 김준영을 데려왔다가 도로 웅진에 돌려줄 때부터 호구였고, 지금도 호구다.
세상에 이런 식으로 남 좋은 일만 하고 나한테는 하나 득이 없는 일을 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
이런 따위로 지원을 안 해주는 기업팀에서 우승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다른 팀들은 FA에서 억대연봉 소리 나오는데 밥만 먹고 끝난 우리팀이 사기가 오를 리가 없다.
대우를 안 해줘서 주전 선수를 팔아야 하는 팀에게 희망찬 미래가 있을 리가 없다.
나름의 이유는 있었겠지만, 어쨌든 우승을 위해 꼭 필요한 전력을 설득없이 내주는 감독이 우승할 리가 없다.
상봉이는? 상봉이도 생각을 잘못했다.
이제 힘들었던 슬럼프도 극복하고 CJ에서 주전 자리를 확보했는데 웬 이적이니.
웅진은 포스트시즌도 못 가는 팀인데, 연봉이 높아도 의미없는 패넌트레이스만 뛰게 되는 거잖니.
이재균 감독은 자기새끼만 예뻐하는 아마추어리즘적인 감독인데, 잘해도 조규남 감독처럼 예뻐할 리가 없다.
개인리그 우승도 팀에서 지원이 있어야 하는 건데, 우승자 한 명 없는 웅진에서 상봉이 지원을 잘 해줄까.
김명운이 열폭의 극치를 보이고 있는데, 그런 선수, 그런 선수의 팬들이 과연 친절할까.
우리팀의 긍정적으로 "위아래없는" 팀 분위기와는 극단적인 차이를 보이는 팀인데, 적응은 잘 할지.
정말 이 사건은 여러모로 절망적이다.
CJ 팬으로서 선수들이 원하는대로 우승하기를 바라는 사람으로서도 절망적이고,
상봉이 팬으로서 CJ 팀원으로서의 상봉이를 예뻐라 한 사람으로서도 절망적이고,
e스포츠 팬으로서 이 판이 더 커지고 더 오래가기를 바라는 사람으로서도 절망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