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씨제이 선수들의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이 돌았다. 하이파이브 할 때도 별로 기뻐하는 기색이 없고 형식적으로 손만 마주쳐주고 앉기 일쑤이고, 팀의 승리를 위해서 합심하는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었고, 내가 좋아하는 씨제이는 팀웍 좋은 씨제이였기 때문에 인정하기 싫었지만, 정작 각 세트 끝나고 나서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니 정말 다른 팀에 비해서 힘이 없는 모습이었다. 표정들도 밝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팀리그 방식의 3라운드 첫 경기였던 대 엠비씨게임전을 하던 이 날은 그렇지 않았다. 처음부터 보이는 선수들의 표정이 너무나 밝고, 게임이 유리해질 때의 리액션도 크고, 선수가 한 경기 이기고 들어왔을 때 진심으로 좋아하고 놀라는 표정으로 손을 마주쳐주는 모습이 바로 "이길 때의 모습"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모두 쪼르르 모여들어 이긴 선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모습도 없던 모습이라 정말 사랑스러웠다.
그런 변화된 힘있는 모습만으로도 이미 만족하고 가능성을 읽고 있었는데, 정말, 승리했다.
승리할 때는 이미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선수들의 기세가 충천해 있고, 의미 있는 자신감에 충만해야 한다. 이전에 마재윤이 인터뷰에서 "자신감, 그것만 있으면 된다"라고 이야기했을 때, 나는 이 선수가 진리를 깨닫고 직점 체감했구나 하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선수들이 연습을 정말 열심히 해서 경기를 잘 준비했다는 것이 전제된다면, 그리고 대부분의 프로게이머들 - 특히 내 팀 선수들이 그렇다는 것을 믿기 때문에, 결국 승리는 이미 경기 시작 전에 보이는 선수들의 의지와 기세, 그리고 서로 믿고 격려하는 분위기에 의해 이미 정해지게 된다. 이 날의 승리가 그랬고, 예전 그 날의 승리도 그랬다.
나에게 무한 감동을 주었고, 지금까지도 에너지를 주는 2007 후기 프로리그 포스트시즌 준 플레이오프 경기 에이스 결정전. 마재윤이 에이스로 내정되어 있는 가운데 팀원들이 동그랗게 모여서 이야기할 때의 긴장했으나 긍정적인 얼굴과 분위기가 이미 이기고 있었다. 그가 일어나서 팀원들과 손을 마주칠 때의 기세가 이미 이길 것을 예고했고, 돌아서서 경기석의 문을 여는 마재윤의 얼굴에 승리의 기운이 있었다.
상기되어 웃고 있는 마재윤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그가 이미 이겼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나중에 보니 엠비씨 게임의 염보성도 같은 장면을 보면서 "이건 CJ가 이겼어, 마재윤이 이기는 얼굴이야"라고 소리쳤더랬다.
그런 것이다. 승리는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 팀이 이런 분위기와 기세를 계속 유지한다면 언제나 승리가 보장된 채로 경기를 치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