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경기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충격이 좀 덜한 것 같긴 한데,
그래도 화도 나고 놀란 마음에 그 이후로 포스팅 할 상태가 못 되어서 이제야 쓸 수 있게 되었다.
씨제이랑 STX 아이들 모두 예쁘고 두 팀 다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라
둘이 붙어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이건 뭐 너무 충격적이어서...ㅠㅠ
사실 서로 치고박고 하면서 누가 이겨도 4:2 또는 4:3만 나왔어도 별로 기분이 안 나빴을 것 같다.
경기 전에도 그렇게 생각했었고, 지금 생각해도 그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계속 부진하다가 지난 번에 딱 한 번 이겨서 페이스 찾은 구현이가 올킬을 하니까,
아니, 이겨라 이겨라 할 땐 못 이기다가 대체 왜 이 시점에서 갑자기 프로토스 첫 올킬인데! 싶으면서
6연승 끝에 갑자기 0:4 패를 당하는 팀도 이해가 안 가고 그래서 턱이 뚝 떨어졌다.
그래도 이걸 좋은 사인sign으로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2라운드까지만 해도 씨제이가 STX에 비해서 전력이 떨어지니까 져도 별로 화가 안 났다.
하지만 이제는 씨제이가 STX에 무력하게 지니까 완전 화가 난다.
이건 결국 우리팀이 2라운드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전력과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는 뜻이다.
1년 짜리 리그가 절망적으로만 보이던 팀이 이제는 누구에게 져도 화가 나는 성적을 내게 된 것이다.
종합순위가 9위에서 3위권까지 뛰었으니 그 실력과 기세가 오죽하랴.
그것도 감독님 말씀대로, 어느 한 선수가 나와서 맨날 이기는 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나와서 돌아가면서 이겨주고 있기 때문에 더 가치있는 상승세인 것이다.
나의 화는 틱낫한 스님의 말씀대로 정말 '긍정적인 에너지'였던 것이다.
우리팀이 성장하고 있고 희망이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긍정적인 에너지.
더불어 확인하게 된 것이, 나의 본진은 역시 씨제이였다는 것이다.
아무리 STX가 나에게 힘을 주고, 삶을 배우게 하고, 경외를 느끼게 해도
결국은 나를 감동으로 이 세계에 끌어들인 우리팀을 넘어설 수는 없었나보다.
승과 패를 주고받으면서 경기를 했으면 좀 덜하긴 했겠지만,
그래도 씨제이가 졌다면 어쨌든 좀 서운했을 것 같다.
CJ ENTUS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