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속상하게도 말한대로 되는 일은 없었다.
세 경기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고 스피디한 패배였다.

병세랑 재윤이는 시종일관 유리한 적이 없이 스무드하게 지는 경기를 했고,
정우만이 미친듯한 저그전을 하는 상대에게 조금 겁먹었을 뿐 컨트롤에서 이상 없는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엔트리를 보고서는 진심으로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허무한 경기들이라니.

특히 마재윤은 꼭 이겼어야 하는 경기였는데, 영민이가 잘 해서 이긴 적도 있었던 경기를 분명 보았을텐데,
4질렀이건 리버건 떨어졌을 때 대처가 너무 안 좋아서 나를 겁에 질리게 할 정도였다.
조지명식에서 제가 원해서 간 조였으니 김택용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하아...이런 경기력이라면 정말 어림없다.

무엇보다 선배를 존중하는 정신따위 팔아먹어버린지 오래인 노영훈 같은 선수에게는 지지 않기를 바랐다.
마재윤이 노영훈이 무시할 수 있는 입장에 있는 선수도 아니거니와,
만약 별볼일 없는 선수였어도 동종업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예우까진 아니더라도 선배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데 상대는 그런 대선수를 비하하고 우습게 보는 사진을 올려 논란이 되었고, 삭제하는 소동을 빚었던,
마재윤 본인에게는 모르지만 수많은 팬들의 가슴에 상처를 남겼음을 스스로도 알았을 노영훈이었다.
물론 그런 사실을 알고 반성하는 사람이었다면 애초부터 그런 짓은 하지 않았겠지만.
마재윤은 그러고도 세레머니까지 하면서 개념없음을 몸소 널리 알리는 선수에게 져서
팬들에게 또 한 번 상처받을 일을 만들어서는 안되었다. 변명의 여지도 없는 경기력으로.

...

모 사이트의 영상을 보니 최근에도 사설서버에서 이영호와 대접전을 펼치며 이겼던 모양인데,
정말 오래전에 살아나느냐 못하느냐의 기로에 있는 것 같은 아슬아슬한 실력을 보여줄 때부터
재윤이의 경기력은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뭔가 심리적이고 경기외적인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그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 씨제이의 파이팅하지 못하는 분위기일까봐 너무나 걱정되고 가슴아프다.
씨제이 아해들 모두모두 다 잘 되었으면 좋겠는데, 왜 이렇게 내맘같지가 않을까.
ㅠㅠ

병세는 아직 애기니까, 지난번처럼 압도적으로 이기기도 했으면 지는 날도 있는 것이고,
정우는 저글링을 잘못 쓰고 상대 저글링에 흔들린 것만 아쉬웠지 컨트롤은 좋았으니 다음부터 이기면 되고,
형들도 심기일전해서 힘내고 에너제틱하고 자신감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아무리 프로이고 냉혹한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아직 어린 선수들이니까
감독님과 코치님이 부디 잘 끌어주고 파이팅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ㅠㅠ

팀리그 잘 시작하고 버텨내길.


Posted by +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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