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전율이 흐르는 세 경기였다.
아이들이 어찌나 센스가 넘치고 컨트롤도 잘 하고 흔들리지 않으면서 재기발랄한 플레이를 하는지!
경기 전부터 시종일관 밝은 얼굴에 더불어 서로 껴안고 붙잡고 꼬집으며 찍은 단체사진까지 모두 너무 좋다. +_+
가로로 쭉 늘어놓으니 마치 한 팀 선수를 모두 열거해놓은 것 같다.
실제로 공군 에이스 전체의 선수 규모와 비슷한 여덟 명의 선수들이다.
이 선수들은 누구인가?
바로 4라운드의 첫 세 경기에 출전해서 승리한 선수들이다.
출전해서 패한 선수들이 없으니 세 경기에 출전한 모든 선수들이기도 하다.
세 경기를 9세트만에 모두 승승승으로 끝냈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그 9세트에 출전한 선수가 8명이나 되고, 그 8명의 선수가 다 이겼다는 사실이 더욱 대단하다.
그리고 이 8명의 선수 외에도 나오면 1승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재범이와 현준이가 있고,
2군 평가전에서 높은 승률로 다승 순위를 다투고 있는 애기 선수들이 한 층 두텁게 있다는 점은 두근두근하다.
해설진이 "오늘 이긴 세 명의 선수를 제외하고서도 충분히 이기는 엔트리를 짤 수 있다"고 한 말은 진심인 거다.
최근에 2005년 기사를 보니 그 때도 CJ는 당시는 GO지만 이미 '전 선수의 에이스화'란 말이 쓰이는 팀이던데,
기업팀으로 거듭나 대규모의 선수단을 운영해야만 하는 2009년에도 여전히 그 말이 통용되는 팀이라니,
어떻게 이런 팀이 존재할 수가 있나, 어떻게 나는 이런 팀을 내 팀으로 선택했나 하는 감탄이 또다시 밀려온다.
GO시절부터 이 팀을 좋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오랜 팬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어쩌면 GO시절부터 이 팀을 보지 못했으면서도 이 팀을 응원하게 된 내가 더 행운아인지도 모르겠다.
진정으로 '전 선수의 에이스화'란 그 말의 의미를 실현해주는 것이 현재의 우리팀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전력인 형태와 정우를 내일 서바이버가 있다는 이유로 빼주고도 1위팀 화승을 꺾을 수 있는 팀.
말 그대로 모든 선수가 1승을 가져다 주는 카드가 되었다.
오늘 경기는 세 경기 다 가져버릴테다!
정말이지 매 경기마다 아이들에게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면서, 센스에 놀란 경기들이었다.
우리 병세, 전진게이트 보고 깜짝 놀라 뾰루퉁한 표정을 짓는 것도 귀여웠다. +_+
인터뷰를 보니 전진게이트는 배제하고 전략을 준비했다던데,
프로브 정찰 타이밍이 미세하게 빠른 것을 캐치하고 찾아내는 센스에서부터
마린을 마구 뽑아내서 질럿 잘 막아내고 나중에 벙커 두 개 지어서 그 마린 다 써먹는 계산까지 다 황홀했다.
전체적으로 잠깐 탱크 잘못 나왔다가 최대한 잘 싸웠지만 결국 싸먹힌 것만 빼고는 다 좋았지만,
무엇보다 압권은 상대 앞마당 뒤쪽에서 투벙커로 탱크 감싸고 공격 들어오는 타이밍에 서플로 방어한 뒤,
드라군이 들어올 것 같다는 판단에 탱크 한 기를 뒤로 빼서 마인대박 유도한 장면이었다.
보는데 정말 온 몸에 전율이 일면서 병세의 배짱과 순간적인 두뇌회전에 감탄하고 말았다.
우리 영화, 처음에 선수소개 하는데 애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귀여운지. 우선 반해주고. +_+
내가 보기엔 이길 것 같은 매치였지만 _^_ 이제동 상대로 경기하는데 혹시 위축될까 했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캐논러쉬 하려다 곧바로 발견되어서 아, 어떡하지 했는데 잠시 후 커세어를 스컬지에 박아서 깜짝 놀랐다.
그런데, 그 동안 캐논러쉬 갔던 프로브를 돌려서 해처리 방해한 뒤 몰래 숨으러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캐논러쉬를 다시 시도하는 깜찍하고 센스넘치는 시도를 하고 있었을 줄이야! 게다가 결과는 성공!
이제동 표정이 인사할 때부터 좋지 않아서 스스로 말려서 질 것 같은 분위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영화가 재기발랄하게 너무너무 잘 해서 이제동을 자연스럽게 이길 줄이야! +_+
이렇게 말하면 영화한테 실례가 되는 건가? 어쨌든 그만큼 감동적이었다는 뜻. ㅠ-ㅠ
우리 상봉이, 아! 정말 나에게 삶을 살아갈 용기와 희망과 에너지를 주는 우리 상봉이. +_+
나에게는 정말 어리고 애기같은 선수지만, 인터뷰에서는 이번에도 어른같은 고민을 드러내서 더욱 정이 간다.
상봉이가 손주흥에게 투스타 레이스로 처참하게 ㅠ-ㅠ 당한 기억을 지울 수가 없기에
같은 팀 테란인 구성훈이 투스타를 올리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는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면 내가 가장 아끼고 가장 아파하는 손가락인 아이들이 손주흥에게 험한 꼴을 많이 당했지. ㅠ-ㅠ
그리고 상봉이가 '한뿌리 vs 팻다운' 때 형태의 투스타를 보고 "그렇지~"라고 태연한 대처를 한 것처럼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히드라덴 먼저 올리고 보란 듯이 이겨주길 바랐다.
그런데 역시나, 그렇게 해 주었다.
처음 해처리 위치로 3가스 뮤탈인 것 같이 페이크 주고, 스컬지 플레이는 경기 내내 일품.
상봉이 말대로 드론이 좀 많이 죽긴 했지만, 스포어 안 올리고 히드라로 대처하는데도 하나도 불안하지 않았다.
선수가 심리적으로 흔들리면 경기에서도 그 흔들림이 보이기 마련인데, 흔들림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 적절한 타이밍에 회심의 폭탄드랍으로 경기를 끝낼 때는, 얘가 정말 열심히 준비했구나 싶어 감동. ㅠ-ㅠ
세 경기 모두 완전 소중한 경기였다.
오늘의 경기가 완소인 이유는 또 있다.
물론 요즘은 우리팀 분위기가 언제나 이렇게 화기애애 서로 좋긴 하지만, 오늘도 어찌나 좋은지!
벤치 분위기가 이미 이기는 분위기이니 연승 행진을 계속 이어갈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_^_
물론 온게임넷을 비롯한 게임계 언론들은 우리팀이 2위로 도약한 팀이고, 위너스리그를 우승하고,
6연승을 달리고, 3;0 승을 세 번 하고, 신예 트로이카들은 예선과 서바이버를 다 한꺼번에 뚫을 기세고,
1위 팀과 싸워서 이기고 곧 따라잡을 것 같은 포스를 풍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팀 아가들이나 우리팀 연승에는 별 관심이 없고, 별다를 것 없는 SKT 연승에만 관심이 있어 매우 억울하지만,
이렇게 조용히, 그러나 팀 내부에서는 승승장구하는 기세를 간직하면서 나아가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팀이 이 분위기를 타고, 실력을 바탕으로 1위를 탈환했을 때 취재하러 오면 전혀 다른 팀을 보게 될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엄청나게 강하고, 마인드가 잘 갖추어져 있고, 이기는 분위기마저 풍기는 어여쁜 팀을 말이다.
우리 영화, 이기고 어찌나 예쁘게 웃던지, 그걸 같이 기뻐해주는 우리 수현이랑 재범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뒤에서 애써 기쁨을 감추는 감독님 표정까지, 이 사진은 간직해야겠다 싶어 가지고 왔다.
그리고, 오늘 동생들의 대활약으로 무려 대 화승전에 나와보지도 못하게 된 재윤이는 흐뭇했다. _^_
강영훈 기자는 우리 재윤이를 승자 사진으로 찍지 못하는 한을 이렇게 승화시켜 주셨다.
마지막으로, 너무 사랑스러워서 막, 막,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던 사랑스러운 아이들! +_+
세상에, 이렇게 귀여운 짓을 하다니! 이건, 뭐 그냥 누나팬 녹아내리라고 하는 애교인 것 같긔. ㅠ-ㅠ
머뭇머뭇 하다가 '여섯' 만들어 보이는 아이들도 귀엽고, 그 후에 서로 악수하는 건 더 귀엽다.
상봉이는 기분좋을 때 하는 게 세레머니라서 준비 안한다더니, 다들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나보다.
그래, 너희 벌써 6연승이나 했구나, 정말 너무너무 잘했어. 정말 너무너무 고맙다. ㅠ-ㅠ
p.s. 상봉이는 어디서 머리를 저렇게 귀엽게 잘랐는지. _^_
완전 어린애 같아져서 처음 보고 깜짝 놀랐다.
저러니 재윤이 뒤로 멀리 보이는, 요즘 완전 어리다 못해 애기같아 보이는 병세가
버릇처럼 마치 형인양 어깨를 껴안아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고 정말 동생같잖아. ㅠ-ㅠ
어찌나 귀여운지, 귀여운지, 귀여운지. +_+
p.s. 써놓고 보니 오늘의 포스팅에서의 어조가, 약간 미쳐있는 것 같은 누나팬 모드? -_-;;
뭐, 요즘 이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거의 미칠 것 같을 때가 많으니, 틀린 건 아니다.;;
그런 감정이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 얼마나 나를 살게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