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너무너무나 아쉬운 날이었다.
경기 결과가 단 하나도 내가 원하는 쪽으로 나온 게 없다.
떨어졌으면 하는 선수는 다 2승 찍고 올라가버리고, 내 선수들은 모두 3주 후를 기약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게 어떻게 생각하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이다.
우리팀 아이들이 요즘 너무 정신없이 바쁘고 어수선한 상태일 것인데,
만약 서바이버가 예전처럼 원데이 듀얼 ONE-day dual 방식이었다면 아예 떨어지는 선수들도 있었을 것이다.
지난 주에 할머니 상중에 경기를 치른 형태도 그렇고, 이사한 지 얼마 안 돼서 경기한 이 두 아이들도 그렇다.
그렇지만 앞으로 2~3주의 시간이 생겼으니 새집에서 자리잡고 일정 덜 빡빡할 때 연습 잘 하면 된다.
그리고 최종전 승리해서 2승 쌓고 올라가면 된다.
이 날의 마지막 경기를 패로 장식하는 바람에 기분이 좀 안좋아서 그렇지,
사실 원데이 듀얼로 치자면 승자전에서 하는 1패 쯤은 별 거 아니다.
상봉이는 지난 번에도 2승 1패로 MSL에 진출했었으니까.
아이들이 그걸 알고 마인드를 잘 다스렸으면 좋겠다.
우리 상봉이.
이번 서바이버 조편성을 보고 부커진이 있어 우리팀 아이들과 사연 있는 사람들만 모아 놓은 것 같긴 했지만,
누구보다 절대 지지 말았으면 하는 선수가 둘이나 들어 있는 조에 들어간 상봉이 걱정이 많았다.
특히 손주흥 같은 경우 우리 상봉이에게 레이스를 쓴 희대의 짜증나는 경기를 잊을 수가 없거니와
그 이후 ESC, 팀평가전 같은 데서 상봉이가 레이스만 보면 급반응하는 장면이 여럿 잡힌 걸 보면
그 경기를 인상깊게 기억하고 볼 때마다 열을 냈던 게 팬들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생각만 해도 가슴아픈 우리 육이와 현준이 마지막 경기를 떠올려도 울화가 치미는 선수이기 때문에
이런 CJ팬으로서의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라도 상봉이가 꼭꼭꼭! 이겨주길 바랐다.
트라우마가 있는 선수라서 아무리 객관적으로는 우리 상봉이가 이길 것 같더라도
어떻게 될지 한치 앞도 못 내다보는 게 이런 종류의 경기이기 때문에.
그런데 아주 시워~언하게 저글링 히드라로 끝내줘서 얼마나 기쁘고 기특했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테란이 엄청엄청 유리한 맵에서, 저글링을 숨겨서 돌리는 플레이까지 해 주면서,
너무 상봉이답게 이기는 바람에 속이 다 시원해졌다. +0+
그리고 김준영과 박세정의 경기는 세상에, 둘 다 너무 이상한 짓을 많이 하고
괴상한 역전과 별로 멋지지 않은 전투가 난무했기 때문에 보면서 좀 경악했었다.
상봉이는 토스전 싸움을 아주 조금! 못하긴 하지만 워낙 컨트롤과 센스가 좋기 때문에
박세정에게 도저히 질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혼자서 방심했더랬다.
그런데.
내가 매우 사랑하는 상봉이의 '언제나 9드론!' 빌드가 상봉이의 발목을 잡을 줄이야.
사실 12앞마당을 하려고 일찍 나가지 않는 이상 저그가 이길 수 없는 빌드에
재빠른 두뇌회전으로 최적의 선택만을 해 주었기 때문에 상봉이에게는 불만이 없었다.
그냥 아무 것도 못 하는 상황 때문에 화가 났고, 순전히 50%의 운에 의존했다는 인터뷰에 더욱 화가 났을 뿐.
그냥 싸워서는 절대 상봉이를 이길 수 없는 선수였지만, 어쨌든 상봉이가 패했으니
빨리 떨어내고 다음 최종전에서 가볍게 올라갈 수 있도록 마음만 잘 다지면 될 것 같다.
예선에 프로리그에 곰클까지 겹친 시기에 이사하고 너무너무 피곤할텐데,
그래도 정말 잘 유지하면서 팬을 실망시키기는 커녕 기쁨과 희망만 쌓이게 해 주어서 정말 고맙다.
쭉쭉 이겨나가자! 한상봉 파이팅!
영화, 우리 귀염둥이 영화가 무려 이성은에게 져서 이성은을 MSL로 올려보내주다니. ㅠ-ㅠ
영화가 셔틀과 커세어 아비터를 전혀 소중하게 다루지 않는 행동양상을 보인 관계로
영화가 진 것에 대해 이성은을 원망할 수도 없는 노릇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성은이 없는 조지명식을 기대한 팬 1인으로서 왠지 억울하긴 하다.
하지만 1경기는 정말 좋았다.
STX을 앞마당으로 키우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요즘들어 점점 귀여워지는 일장이랑 붙는 바람에
경기 직전엔 "아이구, 귀염둥이끼리 경기를 하려고 하네, 어쩌면 좋아. ㅠ-ㅠ" 했으나
언제나와 같이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열렬히 영화편을 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실 서로 한차례씩 병력을 소진해주면서 실수가 있었던 경기이긴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는 경기이기도 했던 것이,
영화의 토스전 싸움실력은 영민이형을 닮아 최고 효율의 전투를 만들어냈고,
적절한 다크드랍과 그 후의 점사 컨트롤 등은 센스가 넘쳐서 팬의 희망을 넘치게 했다.
예전부터 정말정말 잘 하는 경기에서도 멀티태스킹이 아주 조금! 부족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영화는 조금만 더 크게 되면 김구현 김택용 같은 느낌의 토스가 될 포스다.
그리고 안그래도 날이 갈수록 엄청나게 귀여워지고 있는데,
오늘 할머니가 대기실에 들어오셨을 때의 영화는 부끄럽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조금 좋기도 하면서, 카메라 앞에서 이러면 안될 것 같은데, 차마 할머니께 싫다고는 못하는,
평소 형들이 괴롭혔을 때는 뚱한 표정으로 일관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어서 재미있었다. _^_
형들이 볼 꼬집고 깔고 앉고 머리카락으로 장난칠 때 무표정인 것도 그것대로 귀여웠지만 말이다.
영화는 아직 애기니까 이성은한테 졌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의기소침해지면 안 된다.
뜻밖의 선수한테 질 때도 있는 거고, 무서운 선수한테 이길 때도 있는 것이니까.
테란전 연습은 꾸준히 더 해서 실력 쌓고, 서바이버는 최종전 연습 잘 해서 뚫으면 된다.
그리고 토스의 날아다니는 유닛들은 귀중한 것이니까 조금 더 신경써써 살려주고. ㅠ_ㅠ;;
우리 영화, 우리팀의 희망이고 기대주로서 이미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으니까,
그걸 부담이라고 생각지 말고 팬들의 사랑 먹고 쑥쑥 자랐으면 좋겠다.
진영화 파이팅!
20090430 MSL survivor 9조
1경기 한상봉 승 vs 손주흥 패
2경기 김준영 패 vs 박세정 승
승자전 한상봉 패 vs 박세정 승
20090430 MSL survivor 11조
1경기 진영화 승 vs 조일장 패
2경기 이성은 승 vs 고석현 패
승자전 진영화 패 vs 이성은 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