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어린 티 나는 밝은 얼굴들, 이 아이들이 결국은 또 이루어냈다.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잊혀지는 그 순간의 감정들이 아깝고 아쉬워서 글을 써 두려고 했으나,
게으름 때문에 미루는 굼벵이처럼 그때그때 기록하지 못하기를 어언 몇 개월,
CJ가 왜 나에게 '우리팀'이 되었는지 그 정신을 다시금 일깨워준 이 날을 짧게라도 기록해야겠다.
준플레이오프 경기 결과에 이 날의 승리가 영향을 받기 전에.
이번 시즌 6강 플레이오프의 한 줄 감상은,
뭐 이런 팀이 다 있지? ♡_♡
첫째 날
형태를 대표하는 빌드인 '투팩'을 기반으로 망설이지 않는 공격을 통한 중요한 선취점,
1:2 상황에서 뒤도 안 돌아보는 '한상봉스러운' 공격력을 앞세운 적절한 동점 성립,
실력과 센스와 운영능력 모두 상대팀 에이스를 압도해버리는 우리 병세 어린이의 경기력,
마지막으로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기에 해설자들의 입에서 온갖 이름이 등장하게 했던
"에이스" 영화의 포기하지 않는 근성과 끈기의 역전승이 있었다.
영화가 무력하게 리콜에 실패하고 본진을 밀리고 있을 때 이미 경기를 포기했던 나는
경기가 점점 이상하게(!) 흘러 결국 영화가 상대의 자원줄을 다 말렸을 때 나의 부족한 이해력을 체감해야 했다.
"아니, 대체 어떻게 에결 단 한 번도 안 나온 진영화가 에결담당 신상문에게 7경기 역전승을 거둘 수 있지?!
정말 영화가 이기고 있는 건가?! 어떻게 이런 팀이 다 있을 수가 있지??!!!! @0@"
믿지 못해서 영화에게 미안하다.
나는 이 아이들이 몇 번이나 말도 안 되는 역전을 포기하지 않고 일궈내는 것을 보았으면서도
매번 또 의심하고, 이 아이들보다 먼저 포기하고, 이길 수 없다고 체념해 버린다.
그것을 보란듯이 뒤집어버리는 아이들의 의지와 능력에 언제나 미안해하고 고마워했으면서 말이다.
2007년에 재윤이와 성기와 그 모든 아이들이 아무도 가능하다고 하지 않았던 승리를 일궈주었고,
병세가 사실상 말도 안 됐고 누구도 예상조차 할 수 없었던 우승을 가져다주었고,
MSL에서 해설자조차 상대 선수가 이겼다고 단언했던 경기를 뒤집어버린 상봉이가 있었고,
그리고 오늘 에이스 결정전 첫 출전이었던, 2군에서 갓 올라온 곰 영화가 또 보여주었는데.
이렇게 머리 나쁘고 기억력 떨어지는 팬을 위해서 또다시
"지레 겁먹고 포기하지 말아라, 미리 패배를 단언하지도 말아라, 의지가 있다면 승리도 있다"라는
아주 평범해서 아주 특별한 진리를 일깨워주는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사실은 지금까지도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승리이다.
다만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감동해서 설득당했을 뿐, 정말 의아해서 매력적인 팀이라고 할 수 밖에!
둘째 날
역시 전날의 패배는 ppp와 징계와 진 빌드싸움의 복합적 악영향 아래 있었던 것뿐임을 증명한 정우와
테테전 본좌급인 지훈이형이랑 형태형을 닮아 테란전은 누구에게도 지지않음을 다시금 보인 병세를 제외하고는
지면 안 되는 상대;;들에게 너무 순식간에 우수수 무너져버려서 결국 최종 에이스 매치까지 가니 두근두근 했다.
정우는 우리팀의 에이스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우리팀은 아직까지 "에이스가 없는 팀"에 가깝다고 생각했기에
정우가 정말 큰 무대 중요한 경기인 최종 에결에서 우리팀의 에이스로서 승리할 수 있을까,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그리고 결국 상대가 이상하게 말려서 많이 진 박명수였음에도 꺽고 기뻐하는 정우를 보면서
아, 우리팀 에이스는 정우구나, 우리 정우가 이젠 정말 에이스로 다 컸구나 가슴벅차게 생각할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날 정우가 일어나서 에이스 매치에 나가는 순간부터 우리팀이 이길 것을 알았다.
그것은 95% 정도의 승률(!)을 보이는 "표정론"에 기반한 것이었는데, 이 날은 모두 "이기는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감독님이 정우를 도닥이면서 귓속말을 해 주고 하이파이브 할 때의 표정이 이기는 표정이었고,
한 명씩 손을 마주치면서 정우에게 한 마디씩 건네는 선수들은 모두 웃는 표정이었고,
그 좋은 기운을 받아서 나가는 정우의 표정은 자신감과 확신의 표정이었다.
위의 두 사진이 사진 질은 별로 좋지 않지만, 이기고 나오는 선수를 맞이하는 표정이 어찌나 이쁜지.
저 분위기, 저 표정들을 잘 유지하면서 결승까지 갔으면 좋겠다.
그렇게만 한다면 우승은 따 놓은 당상일테니 말이다.
6강 플레이오프 대 하이트전의 승리가 정말 의미있었던 것은,
우리팀의 "아가 트로이카" 정우, 병세, 영화가 모두 에이스급 선수로 발돋움했음을 증명해낸 경기들이었기 때문이다.
정우는 승률, 승수, 포스 면에서 모두 우리팀 에이스라고 할만한 선수였지만,
위너스리그 결승에서 이제동에게 패하고 첫날 박명수에게 패하면서 포스트시즌 전적 2패를 기록하고 말았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보란듯이 1승 하고 에이스 매치에서 가장 약한 저그전을 역전승하면서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수를 만나도 이겨줄 수 있는 진정한 에이스로 스스로 거듭나며 큰 선수로 자랄 준비를 마쳤다.
병세는 위너스리그에서 역올킬이라는 결과를 이미 이뤄냈기에 그 담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지만,
이제는 실력과 안정성까지 갖추고 상대팀 에이스를 완벽하게 잡아내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상대팀 에이스와 만나도 긴장하지 않고 자기 스타일 살리면서 실력으로 누를 수 있는 에이스라는 것을 증명했다.
영화의 한 단계 성장은 우리팀으로서는 정말 뜻깊은 것인데,
영민이가 정말 열심히 버텨주는 동안 토스 카드를 고대해온 우리팀에 단비같이 등장한 영화가
신예 트로이카 중에 가장 열세라는 평가를 듣던 도중에 2군 내려가고 담금질한 끝에 얻은 성과이기 때문이다.
결국 처음 나간 에이스 결정전이 5경기도 아닌 7경기였고 상대는 신상문이었음에도 잡아내면서 성큼 발돋움했다.
이제 잠시 후면 준플레이오프 경기가 펼쳐진다.
엔트리 싸움에서 언제나 이기는 법이 없지만 ㅠ_ㅠ 그래도 승리를 이끌어내는 우리팀이기에
그래도 최악은 피했으니 차악의 엔트리가 나온 이번 경기는 매우 할만하다고 생각한다.
꼭 우리 선수들이 보란듯이 이겨서 "믿음의 엔트리"라는 말은 아무 팀이나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길.
김정민 해설이 형태의 경기를 중계하면서 말한 적이 있었다.
"이렇게 하면 위험하기 때문에 보통 잘 하지 않죠. 하지만 이런 운영의 장점은, 이기면 멋있다는 겁니다."
이 말은 우리팀 전반에 모두 해당되는 말인 것 같다.
감독님은 언제나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이기면 최고의 감동을 줄 수 있는 엔트리를 선택하고,
선수들은 그 믿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최선의 노력으로 이겨주기 때문에 "위험성"은 곧 "감격과 영광"이 된다.
이번에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믿습니다.
CJ ENTUS 파이팅!